목차
"1회.
우리 가족이 서울로 이사 와서 처음 살았던 동네에는 악명 높은 형제가 있었다. 그 중 큰아들은 얼마 전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온 사람인데, 그 지독한 훈련과 엄격한 교육, 쉴 틈 없는 노동에 시달리고도 인간이 되지 않았다. 그는 온 동네가 인정하는 잡범이었음에도 스스로는 잡범이 아니라 정치범이고 싶어 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전주 교도소에서 만났던 노인에 관한 이야기인데, 노인은 그 동네 잡범과 참으로 닮은 구석이 많았다.
2회.
서울 중앙 지방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나는 전주교도소로 이송됐다. 엉거주춤 서 있는 나를 불러 앉힌 사람은 방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장세달이었다. 장세달은 신입인 내게 신고식을 하라거나 나에 대해 묻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고아원 아이를 괴롭혔던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3회.
성인이 된 장세달은 죽마고우였던 친구를 따라 대처로 갔다. 섬유 공장 사장이었던 친구의 일을 도와 생산 부장을 맡았고, 미친 듯이 일했다. 사장은 걸핏하면 직원들을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었지만, 장세달은 직원들의 고충을 알아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목소리가 커질수록 의심의 눈초리는 장세달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4회.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은 뒤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미스 김이 새로 생긴 경리 부장으로 특채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매일 아침 장세달의 출근부를 받아드는 미스 김의 미소에 장세달은 점점 그녀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5회.
사장과 장세달, 그리고 미스 김은 대둔산으로 나들이를 갔다. 미스 김을 남몰래 연모했던 장세달은 사장의 행동 하나하나가 못마땅했고, 누구도 자신만큼 미스 김을 위해 배려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때, 장세달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마는데…
6회.
내 출소를 두어 달 남겨놓았을 무렵 장세달은 다른 방으로 이감됐다. 이감되지 않은 이 가운데 하나가 나에게 장세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