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모든 문은 잠기고 모든 이는 잠들었으리
깊고 검은 웅덩이는 뒤뜰에 있고 치어들은 어항에서 자라네
깨어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혼자이리”
이국적이고 낯선 삶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미국으로 간 이민자’, ‘한국으로 돌아온 귀환자’, 그리고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이라는 세 부류의 인간형을 통해 ‘경계인’ 또는 ‘주변인’의 개념을,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운명에 처한 사람들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계인 또는 주변인은, 단순히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배제된 자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느 한곳에 정주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떠도는 그들을 통해 구획된 장소 너머의 공간에 대해 사유하는 힘을 지닌 존재로 그려냄으로써,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결국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이라는 실존적 자각으로 이끌고 있다.